27) 측지선 방정식
계속해서 설명했듯이, 질량체는 주변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들고 다른 물체는 그 휘어진 시공간의 측지선(Geodesic) 1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이때 '측지선 방정식'을 통해 그 휘는 각도를 계산할 수 있다.
앞서 등가성의 원리를 설명할 때, 중력은 단지 가속효과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위의 그림 (a) 처럼 균일한 중력장 하에서 지점 $a$로부터 $b$까지 서로 다른 경사각으로 던져진 두 개의 공 $A$와 $B$가 있다고 하자. 이때 두 공이 그리는 포물선은 서로 다른 궤적이다. 두 공은 모두 같은 중력장의 영향을 받으므로 같은 가속도를 가진다. 중력이 단지 가속효과에 불과하다면, 같은 가속도를 받는 두 개의 공 $A$와 $B$는 같은 궤적을 그려야 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3차원 공간적인 궤적은 다르지만, 4차원 시공간적인 궤적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언급한 중력장 방정식은 4차원 시공간과 관련된 방정식이므로 그림 (a)를 (b)와 같이 확장시켜야 한다. 공간의 정보만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닌, 시공간 모두의 정보를 가지고 물체의 궤적, 즉 곡률을 계산하면 위의 그림에서 두 공 $A$와 $B$가 그리는 궤적의 곡률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동일한 중력장에 의해 만들어진 4차원 시공간의 곡률은 동일하다.
이러한 4차원 시공간에서 측지선에 대한 정보를 주는 측지선 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frac{d^2 x^{\lambda}}{dt^2} + \Gamma^{\lambda}_{\mu \nu} \frac{dx^{\mu}}{dt} \frac{dx^{\nu}}{dt} = 0$$ 여기서 $x$는 4차원 곡면 상의 좌표, $t$는 시간, 그리고 $\Gamma^{\lambda}_{\mu \nu}$는 '크리스토펠 3지표 기호'(Christoffel symbol)를 의미한다. 측지선 방정식은 비선형 연립 상미분방정식으로, 중력장 방정식과 마찬가지로 풀어내기가 매우 어려운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의 좌변 첫째 항의 차원은 가속도인데, 만약 물체에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물체의 가속도의 크기는 0이 된다. 즉 이때 물체는 측지선을 따라서 등속도 운동을 하게 된다. 만일 물체가 평면에 있다면 직선 운동을 하지만, 곡면 상에 있다면 측지선을 따라서 이동하므로 실제로 물체는 직선 운동을 하지만 단지 휘어진 공간에서 측지선을 따라 운동한다는 것이다.
1916년, 아인슈타인은 슈바르츠실트 완전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크리스토펠 기호를 측지선 방정식에 대입하고 다음과 같이 빛이 중력장에서 휘는 각도 $\delta$를 구하였다.
$$\delta = \frac{4GM}{c^2 R}$$ 여기서 $G$는 중력 상수, $c$는 광속, $M$은 구형 물체의 질량, $R$은 구형 물체의 반지름을 의미한다. 아인슈타인은 이 식으로부터 빛이 태양 근처를 지나갈 때 휘는 각도가 $\delta$ = 1.75''( = (1.75 / 3600) 도) 라고 계산하였다.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이론적 계산은 1919년 5월 개기일식 때 에딩턴과 크로멜린이 각각 아프리카 프린시페(Principe) 섬과 브라질 소브랄(Sobral)에서 관측함으로써 검증되었다. 2실제 관측된 값으로는 에딩턴은 $\delta$ = 1.98'', 크로멜린은 $\delta$ = 0.93''을 얻었다. 이후 1919년 11월, 영국의 <The Times>와 미국의 <Times> 잡지는 각각 아인슈타인의 승리하였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다. 이로써 물체와 시공간 상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이론인 일반 상대성 이론은 과학계에 인정받았으며, 1979년 개기일식 때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빛의 휨을 새롭게 관측한 결과 에딩턴의 데이터와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된다.
28) 중력 렌즈 효과
이러한 빛의 휨 효과로 인한 현상 중 하나로는 '중력 렌즈 효과'(Gravitational Lensing Effect)가 있다. Figure 3과 같이, 우주 공간 속 광원에서 나온 빛이 은하와 같은 거대 천체 주변의 중력장에 의해 휘게 되어서 지구로 들어오게 되는 경우 원형으로 휘어져 보이게 된다. 실제로 천체들이 이렇게 원형으로 관측되는 현상은 자주 일어나며, 특히 온전한 고리 모양으로 나타날 때 이를 '아인슈타인 고리'(Einstein Ring)이라고 부른다. 고리 형태로 나타나지 않고 띄엄띄엄 관측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대기 산란에 의해 마치 점과 같이 관측되곤 한다.
29) 수성의 근일점 운동
케플러가 밝혀낸 행성의 운동 법칙에 의하면, 태양계의 행성들은 태양 주변을 타원 궤도로 돌기 때문에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인 '근일점'이 존재한다. 고전역학의 만유인력 법칙에 의하면 태양과 행성 간의 작용하는 중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각 천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이 근일점은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또 다른 행성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실제로 행성의 근일점은 시간에 따라서 이동하는데, 수성의 경우 근일점이 100년에 5,600'' 정도 이동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 중에서 지구 지축의 세차운동에 의한 효과가 5,026''이고 다른 행성들의 중력에 의한 효과가 531''로 계산되어서, 나머지 43''의 행방이 불분명하였다. 기존의 뉴턴 역학으로는 이 43''의 행방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많은 천문학자들은 수성과 태양 사이의 관측되지 않은 천체인 '불칸'이 존재한다는 Ad Hoc 가설 3을 제시한다.
이 문제는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 상대성 이론에 관한 논문에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해결되었다. 위의 그림과 같이 태양이 수성이 지나가는 궤도의 시공간을 왜곡시킴으로써 수성의 근일점은 더 많은 각도를 이동하게 된다. 이를 측지선 방정식으로 구하게 되면 각도 $\delta$는
$$\delta = \frac{6 \pi G^2 m^2 M^2}{c^2 L^2} \simeq 43.0''$$으로 계산된다. 여기서 $m$은 수성의 질량, $M$은 태양의 질량, $L$은 수성의 근일점에서의 각운동량의 크기, $G$는 중력 상수, $c$는 광속이다. 측지선 방정식으로 계산한 값이 위에서 언급한 행방불명의 값 43''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주목하라. 이로써 불칸이라는 미지의 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수성의 근일점 이동은 훌륭하게 설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