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특수상대성이론의 반향
특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된 직후 과학계의 반응은 다양했다. 아인슈타인이라는 20대 청년이, 그것도 박사도 아닌, 지금까지 절대적으로 여겨졌던 뉴턴의 이론을 깨부수고 새로운 시공간의 개념을 제안하였으니 납득하기 힘들만 하다고 생각이 된다. 당연히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형편없는 사기꾼'이나 '이해할 수 없는 이론을 적당히 포장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등 보수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에테르에 집착한 로렌츠나 푸엥카레 역시 아인슈타인의 논문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개중에는 '인류 철학사와 과학사에서 가장 뛰어난 성취'라고 하며 상대론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1900년, 양자이론을 처음 주장한 막스 플랑크(Max Planck)는 아인슈타인의 주장에 매료되어 특수 상대성 이론의 의의를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견주었다. 이런 플랑크를 비롯해 그의 제자인 라우에(Max von Laue), 에딩턴(Arthur Stanley Eddington)은 상대성 이론을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과학자들이다.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는 취리히 공과대학에서 아인슈타인에게 수학을 가르친 인물이다. 아인슈타인은 학부 시절 실험에 매료되어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내고, 수학을 등한시하였다. 때문에 민코프스키는 아인슈타인을 '게으른 개'라고 하며 그를 나무라기도 하였다. 그러나 특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되고 난 후 그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1907년 4차원 시공 좌표를 도입해 특수 상대성 이론을 기하학적으로 설명하는 '민코프스키 시공간'(Minkowski Spacetime)을 발표하였다. 민코프스키에 의해 특수 상대성 이론은 민코프스키 공간이라는 비유클리드 공간에서 설명될 수 있었고, 이러한 기하학적 방법은 이후 일반 상대성 이론이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정작 아인슈타인은 민코프스키 시공간에 대해 '지식의 남용'이라며 무시하기도 하였다.
22) 민코프스키 시공간
민코프스키 시공간에 대하여 보다 더 자세히 살펴보자. 민코프스키 시공간은 일반적인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을 조합한 공간이다. 로렌츠 변환에서나, 상대성 이론에서나 공간과 시간은 독립적인 개념들이 아닌, 서로 얽혀져 있다. 즉 민코프스키 시공간에서 임의의 사건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x, y, z, t)$, 즉 3개의 공간 좌표와 1개의 시간 좌표가 필요하다. 다만 현실에서 4개의 축을 모두 나타낼 수는 없으므로 아래 그림과 같이 2개의 공간축과 1개의 시간축으로 축소해서 나타내도록 하자.
Figure 1을 '민코프스키 빛원뿔'(Minkowski Light Cone)이라고 부른다. $x$축과 $y$축에 해당하는 축이 공간축이며, $z$축에 해당하는 것이 시간축이다. 즉 원점 $(x, y, t) = (0, 0, 0)$은 현재($t = 0$)의 위치이다. 따라서 $t > 0$인 좌표는 미래에 발생한 사건의 좌표이며, $t < 0$은 과거에 발생한 사건의 좌표이다.
만일 현재, 원점에 광원이 있어서 빛을 내뿜는다면 빛은 광속 c로 일정하게 모든 공간좌표를 향해 뻗어나갈 것이다. 따라서 임의의 시간 t에 대해 빛은 반지름이 ct인 원의 둘레에 위치해 있을 것이며, 이를 연속적으로 그린다면 원뿔모양을 형성할 것이다. 즉 '빛 원뿔'이라는 이름은 원점에서 나오는 빛이 형성하는 곡면이 원뿔 모양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에 발생한 빛은 아래쪽 빛 원뿔에 있어서 원점에 있는 나에게로 다가올 것이며, 미래에 발생한 빛은 위쪽 빛 원뿔에 있어서 원점에 있는 나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임의의 시간 t에 대해서 원뿔의 한 단면, 즉 원은
$$x^2 + y^2 = (ct)^2$$ 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빛이 시간에 따라 공간에 퍼져나가는 것을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듯이, 모든 물체의 운동은 4차원 시공간 위에서 unique하게 정해지는 선으로 나타낼 수 있고, 이 선을 '세계선'(World Line)이라고 한다. 즉 빛의 세계선의 집합은 위 원뿔의 단면이 된다.
어떤 물체도 광속보다 그 크기가 큰 속도를 가질 순 없으므로, 모든 물체의 세계선은 빛 원뿔 안에 갇히게 된다. 즉 어떤 대상의 세계선은 빛의 세계선 보다 항상 기울기가 크거나 같은 관계에 놓이게 된다. 이때 빛의 세계선의 기울기를 살펴보면, $xy$ - 평면과 빛의 세계선이 이루는 각도를 $\theta$라고 한다면
$$\text{tan} \theta = \frac{ct}{ct} = 1 \\ \Longrightarrow \theta = 45^{\circ}$$ 임을 알 수 있다. 분모에 $t$가 아닌 $ct$를 대입한 이유는 단위를 맞추기 위함이다. 즉 빛의 세계선의 기울기는 45도이고, 다른 대상이 만드는 세계선의 기울기는 45도 보다 항상 크다.
4차원 시공간에서 원점으로부터 임의의 점까지의 간격 $s$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s = \sqrt{x^2 + y^2 + z^2 - (ict)^2} = \sqrt{x^2 + y^2 + z^2 - c^2t^2}$$ 위 정의를 처음 마주칠 때 필자는 상당한 불편함을 느꼈다. 단위를 맞추기 위해서 $t$ 대신 $ct$를 대입하여, 지금까지의 경험에 호소해 간격을 정의하면
$$s = \sqrt{x^2 + y^2 + z^2 + c^2t^2}$$ 으로 정의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러나 실제로는 위와 같이 $ct$ 대신 허수 $i$를 추가하여 $ict$를 대입하게 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고실험을 해보자.
Figure 2와 같이 민코프스키 시공간의 원점에 있는 관찰자와 이 관찰자에 대해 정지해 있는 태양이 있다. 태양에서 흑점 폭발이 일어나 $(x, y, z, t)$라는 시공간 좌표로 사건이 기술된다고 해보자. 이 폭발로 발생한 빛이 관찰자에게 도달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관찰자가 폭발을 관측해서 눈을 깜박이는 사건이 $(0, 0, 0, t')$라는 좌표로 기술된다고 해보자. 이처럼 실제 폭발과 눈 깜박임이라는 두 사건 사이에는 $(t' - t)$라는 시간차가 존재하지만, 관찰자 기준으로는 눈을 깜박이는 사건과 흑점 폭발이라는 두 사건은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흑점이 폭발해서 발생한 빛이 관측자에게 도달하는 순간 관측자는 눈을 깜박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sqrt{x^2 + y^2 + z^2} = c(t' - t)$$ 가 성립하고, $t_0 = t' - t$로 두고 정리하면
$$t_0 = t' - t \\ \sqrt{x^2 + y^2 + z^2} = c(t' - t) = ct_0 \\ \Longrightarrow x^2 + y^2 + z^2 = c^2 t^2_0$$ 을 얻는다. 이때 두 사건 사이의 간격 $s$를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s := x^2 + y^2 + z^2 - c^2 t^2_0$$
즉, 간격 $s$의 값이 0이 된다면 두 사건은 동시에 일어난 것이고, 0이 아니라면 동시에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다.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말은 두 사건의 시공간 좌표 $(x, y, z, t)$ 값이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민코프스키 시공간에서 간격을 정의할 때는 시간항에 허수단위 $i$를 곱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간격 $s$는 로렌츠 변환 하에서 불변이다. 즉 시공간상의 한 점 $P(x, y, z, t)$에서 $P'(x', y', z', t')$으로 로렌츠 변환이 일어나더라도 간격 $s$는 불변이다. 따라서 다음의 관계가 성립한다.
$$x^2 + y^2 + z^2 - c^2t^2 = x'^2 + y'^2 + z'^2 - c^2t'^2$$ 벡터를 회전하면 일반적으로 다른 벡터가 되지만 그 크기는 불변이듯이, 간격 s가 시공간에서 어떤 사건에 대한 위치벡터의 크기라면, 간격 역시 불변인 것이다.
민코프스키 시공간에서의 세계선을 도입하여 동시성의 상대성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다음과 같이 민코프스키 시공간(편의를 위해 공간축은 하나만 그려 넣었음) 위에 끝점이 각각 $A, B$인 기차와 $A$와 $B$의 중점인 $M$에 서 있는 관측자가 $t = 0$인 지점에 있다. 만약 기차가 계속 정지해 있다면 관측자의 세계선은 위 그림에서 파란색 선과 같이 수직선 형태로 놓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기차가 움직인다면 빛의 세계선 보다 큰 기울기의 세계선이 그려질 것이다.
정지해 있는 상태에 놓여져 있는 한 관측자에게 기차의 양 끝점 A와 B에 번개가 내리쳐서 섬광이 다가온다고 해보자. 기차는 정지해 있으므로 상술한 것처럼 세계선은 수직선으로 놓이게 되고, 기차 양 끝에서 발생한 서로 다른 두 섬광과 완벽히 대칭적인 상황에 놓여져 있으므로 왼쪽 그림처럼 관측자의 세계선과 두 섬광의 세계선은 정확히 하나의 점에서 만나게 된다. 즉, 관측자에게 두 빛은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기차에 놓여진 관측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관측자의 세계선은 오른쪽 그럼과 같이 45도 보다는 큰 기울기를 가지며 그려질 것이고, 동일하게 기차 양 끝점에서 섬광이 발생한다면 이번에는 상황이 대칭적이지 않다. 그림과 같이 기차의 오른쪽 끝 점에서 발생한 빛이 관측자의 세계선과 먼저 교차될 것이고, 왼쪽 끝 점에서 발생한 빛은 뒤늦게 교차될 것이다. 즉 관측자는 오른쪽 끝에서 먼저 번개가 내리치고, 왼쪽 끝에서 번개가 나중에 내리쳤다고 인식할 것이다. 즉 관측자에 따라 사건의 동시성은 상대적으로 바뀐다는 동시성의 상대성을 세계선을 통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