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는 경북대학교 2022년 2학기 교양과목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입문> 수업의 내용을 역사적 배경과 학문의 발전 흐름에 초점을 맞추어 일부 요약 및 정리한 것이다. 포스트의 목적은 과목의 수강자인 본인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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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상대성이론
흔히들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 과학자가 만들어낸 이론 정도로 알고 있을 듯 싶다. 물리학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나 고등학교 때 물리를 배운 이들도 그 내용은 어느정도 알지만, 실제로 상대성이론이라는 학문이 어떤 역사적 배경을 거쳐서 탄생하고 발전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도입에서도 서술했듯이, 이 포스트는 그러한 점에 주목해서 학문의 역사적 배경에 초점을 맞추었다.
상대성이론은 크게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나뉜다. 역사적으로는 특수상대성이론이 먼저 나왔고, 그 뒤에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왔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임의의 관측자에 대해 등속도로 움직이는 물체 및 현상에 대한 이론'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나에게 1미터, 1초가 너에게는 다르다."라는 말로 할 수 있겠다.
이전까지의 물리학, 즉 갈릴레이와 뉴턴에 의해 세워진 고전물리학은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1미터는 누가 보아도 1미터, 1초는 누구에게나 1초라는 것이다. 위대한 수학자이자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그의 저서 <프린키피아> 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1. 절대, 진짜, 수학적 시간이란 스스로 있으며, 외부의 어떠한 것과도 관계가 없이 자신의 본성에 따라서 늘 똑같이 흐른다.
(...)
2. 절대 공간이란 자신의 본성에 따라서 있으며, 외부의 어떠한 것과도 관계가 없고, 늘 똑같으며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특수상대성이론은 그러한 믿음은 틀렸고, 절대적인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이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시공간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관측자에 따라 변화하는 시공간에 대해서 다룰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간단하게 '중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는 학문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이 등속도로 움직이는 좌표계에 대해서 다룬다면, 여기서는 가속하는 좌표계에 대해서 다루게 된다. 따라서 특수상대성이론을 더 일반적으로 확장한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중력이 질량을 가진 물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으로, 물체들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왜 중력이 작용하는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했다. 이 질문에 대해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이란 실제 작용하는 힘이 아닌 좌표계의 가속효과에 의해 생겨난 가상의 힘이라고 말한다.
상대성이론의 간략한 소개를 해보았다. 이제 실제적인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자.
1. 에테르(Ether)
누군가 상대성이론이 어떻게 생겨났느냐고 묻는다면, '로렌츠 변환의 해석'에 그 기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정작 로렌츠 본인은 자신의 변환식을 해석하지 못했으나, 아인슈타인은 변환식을 해석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의 이름으로 상대성이론이 탄생한 것이다. 두 인물의 차이점은 '에테르'라는 존재의 믿음에 있다.
에테르(Ether)는 빛을 전달하는 가상의 고탄성 매질로, 모든 물체에 대해 절대적으로 정지해 있다. 상대성이론이 탄생함에 따라 에테르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에테르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주공간에서 태양은 빛을 내고, 그 빛이 지구에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지구는 밝은 빛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영의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빛이 어떻게 태양에서 지구까지 도달하는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파동이 공간에서 전달되려면 반드시 매질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한데 우주공간에도 어떠한 매질이 있어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고, 그 매질이 바로 에테르라는 것이다. 즉 에테르는 필요에 의해 생겨난 물질이다.
또한 맥스웰 방정식에 의하면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 c, 즉 초속 30만 킬로미터는 일정한 상수임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 값은 대체 '무엇에 대한' 속력이라는 말인가? 즉 기준이 필요해졌고, 이것을 많은 이들이 절대적으로 정지해있는 매질인 에테르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이러한 수많은 사건들을 통해 에테르의 도입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었고, 자연스레 에테르를 실험적으로 검출하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이를 첫번째로 시도한 이가 바로 마이켈슨이다.
2. 마이켈슨 - 몰리 간섭계
마이켈슨은 자신의 단독실험과 몰리와의 협력실험으로 에테르 존재의 실험적 증거를 찾아내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모두 실패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패 실험이 되었으며, 이를 통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실험장치는 위와 같다. 만약 서로 다른 갈래로 진행하는 두 개의 빛이 에테르에 의해 경로차가 발생한다면 기존에 검출한 간섭무늬에서 변화가 생기게 된다. 마이켈슨과 몰리는 이를 염두에 두고 간섭무늬 수의 변화, 즉 ΔN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간섭무늬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고, 이는 에테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에 실망한 과학자들은 에테르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다른 가설들을 세우기 시작했고, 그 중 한 명인 피츠제랄드와 로렌츠는 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ΔN = 0 인 이유는 두 빛이 같은 거리를 다녀온 게 아니라 길이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이를 '피츠제랄드 - 로렌츠 길이수축'이라고 부른다. 일종의 Ad hoc Hypothesis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