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동시성의 상대성 (Relativity of Simultaneity)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말할 수 있는 현상 중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인 '동시성의 상대성'을 다뤄보자.
우선, '동시'란 개념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어떤 관측자에게 서로 다른 두 개의 사건이 동시라는 말은 사건의 신호의 속력과 사건까지의 거리를 이용해 실제 사건 발생 시간을 계산했을 때, 두 사건이 발생한 시간 좌표값의 차, 즉 "$\Delta t$"가 0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Section 0에서 언급했듯이, 뉴턴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은 관측자에 의존하지 않고 절대적이므로, 두 사건이 서로 다른 두 관측자에게 각각 같은 거리에 있고 신호의 속도가 동일하다면 반드시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로렌츠 변환은 관측자의 좌표계의 속도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이는 뉴턴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건의 동시성은 필연적으로 깨질 수 밖에 없다. 이를 '동시성의 상대성', 혹은 '동시성의 파괴' 1라고 부른다.
기적의 해 1905년, 아인슈타인이 논문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은 이 동시성의 정의와 상대성이다. '동시성의 상대성'은 어떤 관측자에게 동시에 일어난 일로 확인되는 사건들이 다른 관측자에게는 동시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며, 사건의 관측시간이 아니라 발생시간을 기준으로 동시성을 부여한다.
예컨대 위의 그림과 같은 상황을 고려해보자. 관측자 $A$는 우주선에 올라타서 지면에 대해 정지해 있는 관측자 $B$에 대해 $+x$ 방향으로 $V$라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때 관측자 $B$를 기준으로, 양방향으로 길이가 같은 두 지점에서 빛이 동시에 발생한다고 가정하자. 즉 $x$좌표만 고려했을 때, 빛이 발생한 두 사건의 좌표는 그림과 같이 $(x_1, t_s), (x_2, t_s)$가 된다. 이때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것은, $B$에 대해서는 두 사건이 $t_s$라는 동일한 시간 좌표값을 갖지만 A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에서 표기한 것처럼, 직관적으로 보아도 빛이 발생했을 때 $A$에 대해서도 두 사건이 같은 거리에서 발생했다고 할지라도 $A$는 움직이는 우주선에 있으므로 두 빛이 $A$에게 도달하기까지 이동하는 거리는 다르다. 따라서 시간 좌표값의 차이가 0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다.
수학적으로도 확인해보자. $A$가 관측한 두 사건이 발생한 시간 좌표값을 각각 $t'_1$, $t'_2$라고 하자. 이때 두 사건이 $A$에 대해서 동시가 되지 않음을 확인하려면 두 시간 좌표값의 차이가 0이 되지 않음을 보이면 된다. 즉, $\Delta t' = t'_1 - t'_2 \neq 0$ 이다. 로렌츠 변환을 이용해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t'_1 = \gamma (t_s - \frac{Vx_1}{c^2}) \\ t'_2 = \gamma (t_s - \frac{Vx_2}{c^2}) \\ \Delta t' = t'_1 - t'_2 = \gamma \cdot \frac{V(x_2 - x_1)}{c^2} \neq 0$$ 이때 $\Delta t'$이 0이 아니므로 $A$에 대해서 두 사건은 동시가 아니다. 따라서 사건의 동시성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또 다른 상황을 생각해보자. 동일하게 $A$는 지면에 대해 정지해 있는 $B$에 대해 $+x$방향으로 $V$라는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선에 올라타 있다.이때 $A$ 기준에서 양방향으로 동일한 길이 만큼 놓여있는 빛 검출기가 있다고 할 때, $A$와 동일한 $x$좌표에서 발생한 빛은 $A$에 대해서 동시에 빛 검출기에 도달할 것이다. 즉, $A$ 기준에서는 빛은 두 검출기에 동시에 도달한 것으로 인식이 되고, 동시에 도달했을 때의 시간 좌표값을 $t_s$라고 두자. 마찬가지로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것은, $A$에 대해서는 두 사건이 $t_s$라는 동일한 시간 좌표값을 갖지만 B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에서도 표기했듯이, 직관적으로도 $B$에 대해서 또한 빛이 발생했을 때 두 검출기가 같은 거리 만큼 떨어져 있을 수 있지만 우주선은 움직이고 있으므로 검출기 또한 위치 값이 바뀌게 되고, 결국 빛이 도달하게 되는 거리 또한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로렌츠 변환을 통해 수학적으로 확인해보자. $B$가 관측한 두 사건이 발생한 시간 좌표값을 각각 $t'_1, t'_2$라고 하자. 이때 두 사건이 $B$에 대해서 동시가 되지 않음을 확인하려면 두 시간 좌표값의 차이가 0이 되지 않음을 보이면 된다. 즉, $\Delta t' = t'_1 - t'_2 \neq 0$ 이다. 역로렌츠 변환에 의하면,
$$t'_1 = \gamma (t_s +0 \frac{Vx_1}{c^2}) \\ t'_2 = \gamma (t_s + \frac{Vx_2}{c^2}) \\ \Delta t' = t'_1 - t'_2 = \gamma \cdot \frac{V(x_1 - x_2)}{c^2} \neq 0$$이다. 이때 $\Delta t'$이 0이 아니므로 $A$에 대해서 두 사건은 동시가 아니다. 따라서 사건의 동시성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처럼, 하나의 관성계에서는 동시인 사건이 다른 관성계에서는 동시가 아닌 사건으로 일어나는데, 관찰자가 어떤 관성계에서 사건을 관측하느냐에 따라 동시성은 상대적이다.
주의할 것은, 동시성이 상대적이라는 말은 오직 두 장소 이상의 동시성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한 장소, 즉 하나의 공간 좌표값을 가지는 사건에 대해서는 어느 관성계에서 보든간에 동시로 관측된다. 즉 한 장소 동시성은 절대적이다. 이는 계속해서 논의했듯이, '동시'라는 개념은 서로다른 두 사건의 시간 좌표값의 차이가 0이 되는 것으로 정의된다. 두 번째 예시와 같이, 빛이 한 장소에서 발생해서 공간 상으로 뻗어나간 사건의 경우 시간차는 0이 된다. (애시당초 시간차라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따라서 한 장소에서 발생한, 즉 하나의 공간 좌표값을 가지는 사건에 대해서는 어느 관성계에서나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 '동시성의 파괴'는 통용되는 표현은 아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