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광전 효과 실험
1887년,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는 전자기파에 대한 맥스웰의 이론이 옳은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수행한다.
실험 장치는 위 그림과 같다. 두 개의 전극 사이에 고전압을 걸어 스파크 방전에 의해 전자기파를 만들고, 음극판에 자외선을 쏘아 스파크를 강화시키는 장치이다. 이때 음극판에 자외선 대신 동일한 세기의 가시광선을 쏘면 스파크가 강화되는 효과가 더 적게 일어났는데, 헤르츠는 이 효과를 빛이 금속표면에 닿으면 표면의 음전하가 전자기파의 에너지를 흡수해 탈출한다고만 결론내렸다. 즉 왜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각각 쏘았을 때의 결과가 다른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전자기파의 존재를 확인한 장본인인 그 역시 빛은 파동이라는 사실을 믿었기에, 스파크 강화가 전자기파의 세기가 아니라 종류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1902년, 헤르츠의 조교였던 레나르트(Lenard)는 빛을 쏘아준 금속으로부터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인 '광전효과'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위 그림과 같이 진공상태의 석영관 양 끝에 금속판을 두고 음극에 (-) 전압, 양극에 (+)전압을 연결한 뒤, 자외선을 한 쪽 금속판에만 쏘아주었다. 전압에 따라 형성된 전기장의 세기가 강해지므로 금속판에서 튀어나온 전자들은 운동에너지를 가지며 점차 가속될 것이다. 따라서 정전압을 걸었을 때는 전류는 그 세기가 서서히 증가하며 흐르게 된다. 1
그러나 만약 전지의 방향을 반대로 하여 역전압을 걸어주면 전기장이 반대 방향으로 형성되므로, 전자들은 반대방향으로 가속되어 전압에 따라 전류가 서서히 감소하다가 특정한 값 $V_0$까지 전압이 증가하면 전자들이 반대편 금속판에 도달하지 못하고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된다. 이때의 전압을 '저지 전압'(Retarding Voltage)이라고 한다. 저지 전압을 걸어줄 때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는 말은 튀어나온 모든 전자들을 돌려보낸다는 말이므로, 전자들 중 가장 높은 운동에너지를 갖는 전자, 즉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지고 튀어나온 전자 또한 예외는 없다. 따라서 이때의 전기 퍼텐셜 에너지 $eV_0$는 다음과 같이 전자의 운동에너지 최댓값과 같다.
$$eV_0 = \frac{1}{2}mv^2_{\text{max}}$$
레나르트는 이 실험으로부터 다음의 결과들을 얻는다.
1. 금속표면에 빛이 도달한 후 광전자가 방출되기까지의 시간 간격은 거의 0에 가깝다. 그러나 빛이 파동이라면 진폭의 제곱에 비례하는 에너지가 전 파면에 퍼져있으므로 전자가 에너지를 공급받아 탈출하기까지는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2. 같은 종류의 빛을 사용한다면, 즉 빛의 진동수가 같다면 빛의 세기가 클수록 방출되는 광전자가 양은 증가하지만 각 광전자의 운동에너지는 동일하다. 그러나 빛이 파동이라면 에너지는 진폭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세기가 클수록 더 큰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
3. 빛의 진동수가 더 높다면 광전자의 운동에너지도 커진다. 또한 빛의 진동수가 특정 진동수 $\nu_0$이하라면 전자가 방출되지 않고, $\nu_0$이상이라면 광전자의 에너지는 어떤 최댓값까지 진동수에 비례하면서 증가한다. 그러나 빛이 파동이라면 이 현상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실험의 모든 결과가 빛은 파동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레나르트는 빛의 세기를 증가시키면 기존의 파동 이론에 따라 더 큰 에너지를 가진 같은 수의 전자가 방출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이 실험은 광전자의 에너지는 빛의 세기가 아닌 진동수에 의하고, 특정 진동수 $\nu_0$를 넘지 못한다면 시간에 관계없이 광전자는 방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이때 광전자가 방출될 수 있는 빛의 최소 진동수를 '문턱 진동수'(Threshold Frequency)라고 한다.
37) 광양자 이론
1905년,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실험 결과들을 바탕으로 빛은 입자라는 '광양자 이론'을 발표한다. 앞서 플랑크는 흑체에서 나오는 빛이 양자로 이루어져있다는 양자 가설을 발표하였다. 다만 플랑크는 빛이 입자라기보다는 어떤 알 수 없는 현상에 의해 빛의 에너지가 양자화되었다고 보았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플랑크의 양자 가설을 수용하여 흑체에서 나오는 빛의 에너지가 양자화되어 있다면 광전 효과 실험에서 금속판에 쏘여주는 빛의 에너지 또한 양자화되어 있을 것이고, 나아가 아예 빛이 양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즉 빛이 양자가설에서 최소 에너지 단위인 $h\nu$를 가지는 알갱이들인 '광양자'(Light Quantum)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이와 같은 가정으로부터 위 광전 효과 실험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빛은 파동으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가 파면 전체에 분포해있지 않고 광양자 하나하나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빛이 금속판에 닿자마자 광양자와 전자 간의 충돌이 일어나므로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전자가 에너지를 얻어 방출될 수 있다.
2. 빛의 세기가 크면 그만큼 금속판에서 전자와 충돌하는 광양자의 수가 많아지므로 많은 양의 광전자가 방출될 수 있다. 하지만 광양자들은 모두 같은 크기의 에너지를 가지므로 광전자들의 운동 에너지는 모두 동일하다.
3. 빛의 진동수가 높다면 광양자 하나가 가지는 에너지 $h \nu$ 또한 증가하므로 광전자들의 운동 에너지는 증가한다. 또한 전자가 다른 입자들과의 상호작용을 무시할 만큼의 에너지를 얻어야 탈출할 수 있으므로 어떤 최소값 $W$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W$의 값은 물질마다 다르며, 이 에너지를 물질의 '일함수'(Work Function)라고 부른다.
$W$는 위 논의에 의해 문턱 진동수 $\nu_0$에 대응되는 값이므로
$$W = h \nu_0$$의 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해
$$h \nu = \frac{1}{2}mv^2_{\text{max}} + W = \frac{1}{2}m\nu^2_{\text{max}} + h\nu_0 \\ h(\nu - \nu_0) = \frac{1}{2}mv^2_{\text{max}}$$가 성립한다. 즉 광양자의 에너지 $h\nu$는 물질에서 광전자를 떼어내는데 $W$만큼 쓰이고, 남은 값은 광전자의 운동 에너지가 된다. 또한 광전자의 에너지는 진동수에 비례하여 기울기가 $h$인 1차식으로 나타내어지므로 광전 효과 실험의 결과를 훌륭하게 설명해준다.
빛의 입자설은 뉴턴에 의해 널리 받아들여졌다가 영의 이중 슬릿 실험과 맥스웰, 헤르츠에 의해 빛이 전자기파임이 밝혀지면서 빛의 파동설이 득세하게 된다. 그런데 다시 빛의 입자설을 주장하는 아인슈타인의 입장은 당시 물리학계에서 많은 논란을 빚었다. 아인슈타인의 광양자설을 반박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들이 수행되었으나, 결국에는 아인슈타인의 주장에서 문제를 찾아내지 못하고 광양자설을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와 브라운 운동 등에 대한 연구로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로 인해 빛은 입자만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파동만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이중적인 성질을 띠는 것으로 밝혀지게 된다.
- 이 전자를 '광전자'라고도 부른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