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양자역학의 물리적 해석
1926년 보른의 확률론적 해석과 1927년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이어서, 1928년 보어는 '상보성 원리'(Complementary principle)를 발표한다. 상보성 원리란 서로 대립되는 개념은 상호보완적이라는 내용이다. 파동과 입자는 상반되는 성질을 보이지만, 특정 물리 현상을 설명할 때는 어느 하나의 성질만 나타나면서 설명이 된다. 즉 입자성과 파동성은 서로를 도와서 완전한 물리세계를 이룬다는 것이다. 보어에 의하면 위치와 운동량, 에너지와 시간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서로가 상보적인 위치에 있어서 하나를 알려고 하면 다른 하나의 정보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1920년대에는 양자역학에 등장한 여러 수학적 지식들을 물리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시도들이 있었는데, 보어를 중심으로 코펜하겐에 모인 물리학자들이 내놓은 해석을 '코펜하겐 해석'(Copenhagen interpretation)이라고 한다. 이러한 코펜하겐 학파는 관찰이 결과에 영향을 주고, 파동함수의 붕괴 등을 주장했다. 1
특히 이들은 전자에 대한 이중슬릿 실험과 빛에 대한 이중슬릿 실험이 동일한 간섭무늬를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자는 질량을 가지는 입자이지만, 물질파이자 확률파이기도 하므로 두 개의 슬릿을 모두 통과할 확률이 존재해서 스크린까지 도달해 간섭 무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크린에 닿는 순간 어느 하나의 상태로 결정, 즉 하나의 점으로 찍히게 된다. 이는 확률파의 파동함수가 붕괴하여 선형결합이 벗겨지는 것이다. 즉 관측이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해석하여서, 관측 전에 전자가 어디에 있었는지 묻는 것은 무의미하며 관측 이후의 사건만이 우리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실제 실험은 기술적인 문제로 얀센(C. Jonsoon)이 1961년에 수행하여 Figure 1의 오른쪽 그림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나아가 코펜하겐 학파는 불확정성 원리를 통해 입자의 경로가 파악되는 순간, 다시 말해 관측되는 순간 간섭무늬가 생기지 않고, 입자의 경로를 알 수 없을 때에만 간섭무늬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를 '관찰자 효과'(Observer effect)라고 부르는데,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관측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관찰자 효과를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실험 장치는 Figure 2와 같이 구성된다. 전자총에서 전자가 발사되어 이중슬릿을 통과하는데, 광원이 꺼져 있을 때는 전자가 관측되지 않으므로 파동성을 가져서 스크린에 간섭무늬를 만든다. 이때는 전자가 어느 쪽 슬릿을 통과했는지 식별 불가능하다.
그러나 광원을 키는 순간 광자와 전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광자가 산란을 해 전자를 교란시키고, 전자의 파동함수가 붕괴되어 입자성을 띠게 되면서 전자가 어느 쪽 슬릿을 지나갔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간섭무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광원을 끄면 다시 간섭무늬가 만들어진다.
만일 광자에 의한 전자의 교란을 줄이기 위해 파장이 긴 빛, 즉 운동량이 작은 광자를 사용한다면
$$\Delta x = \frac{\lambda}{2\text{sin}\theta}$$로 주어지는 현미경의 분해능으로 인해 두 개의 점을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즉 전자가 어느 쪽 구멍을 통과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지며, 이때는 간섭무늬가 만들어진다. 즉 전자가 통과한 슬릿을 알아내는 동시에 간섭무늬도 만들어 내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찰자 효과에 대한 실험은 1998년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원에서 수행되었다. 이들은 관찰자가 바라보는 입자는 알갱이처럼 움직이고 관찰하지 않을 때는 파동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코펜하겐 해석이 다양한 양자역학의 물리적 해석 중 가장 널리 받아들여졌으나, 이후 '다세계 해석'(Many world interpretation)과 같은 해석도 등장했다. 위 관찰자 효과에 대한 다세계 해석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위 실험에서 전자는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할 확률이 존재하며 스크린의 서로 다른 곳에 도달하는 것은 그 행동으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들이 갈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도 그중 하나이다.
56) 아인슈타인의 반론
아인슈타인은 보른의 확률론적 해석부터 시작해, 코펜하겐 해석을 줄곧 거부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를 비롯한 이들은 코펜하겐 학파와 수많은 토론을 벌였는데, 그 중 솔베이 학회에서 일어난 아인슈타인의 두 가지 반론이 유명하다.
첫번째 반론은 1927년, 제5차 솔베이 학회에서 일어났다. 앞서 관찰자 효과를 설명하면서, 전자가 통과한 슬릿을 결정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간섭무늬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코펜하겐 학파의 주장이라고 언급했다. 아인슈타인은 이 두 가지 행위가 동시에 가능하며, 불확정성 원리는 오류라고 주장하였다.
아인슈타인의 주장은 이러하다. 그는 사고실험을 제안했는데, Figure 3와 같이 이중슬릿 간섭 장치 앞쪽에 단일 슬릿 $S_1$판을 스프링에 매달아서 자유롭게 움직이게 한다. 마찬가지로 전자총으로 전자를 쏘아주는데, 전자가 수평방향으로 들어와서 스크린에 닿았다면 이중슬릿 장치의 한 가지 슬릿을 지났을 것이다. 즉 이중슬릿을 지나기 위해서는 위 혹은 아래로 굴절해야 하는데, 운동량 보존에 의해 입자가 위쪽 슬릿으로 갔다면 $S_1$은 아래로 움직였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 위로 움직였을 것이다. 이후 $S_1$판을 다시 멈춰놓고, 순차적으로 전자를 쏘아주면 결국 간섭무늬를 얻으면서 입자의 경로를 결정가능하고, 따라서 불확정성 원리는 거짓이다. 2
아인슈타인은 보어에게 학회 발표 며칠 전 이러한 내용을 담아 편지를 보냈다. 학회에서의 보어의 방어는 다음과 같다.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S_1$판을 멈춰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S_1$판이 전자 1개가 지나가는 정도로 움직이는 슬릿이라면, $S_1$ 또한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 일종의 '양자 슬릿'이어야 한다. 즉 슬릿에도 불확정성 원리가 동일하게 적용되고, 이에 따르면 양자 슬릿을 완벽하게 멈추어 놓을 경우 운동량의 불확정량이 무한대로 발산하여 운동량 보존이 성립하지 않게 되므로 모순이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은 오류이다.
3년 후, 1930년 제6차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은 또 한 번 반론을 제기한다. 이 논쟁에서 아인슈타인은 불확정성 원리 중 $\Delta E \Delta t \geq \frac{\hbar}{2}$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아인슈타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마찬가지로 사고실험을 제안했는데, Figure 4와 같이 광자로 가득찬 광자상자 안에 시계가 놓여 있고 상자는 스프링에 매달려 있다. 또한 상자의 무게를 재기 위한 추와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눈금자, 포인터가 있다. 상자에는 시계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열리는 셔터가 달려 있는데, 광자 한 개가 셔터에 의해서 상자 밖으로 빠져나가면 셔터는 닫힌다. 이때 $E = h\nu = mc^2 \Longrightarrow m = \frac{h\nu}{c^2}$에 해당하는 질량만큼 상자 전체의 무게가 줄어들고, 그만큼 상자는 위로 올라간다. 이때 위에서 설명한 장치에 의해 상자의 무게와 위치, 셔터의 개폐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으므로 $\Delta E = \Delta t = 0$이다. 따라서 불확정성 원리는 거짓이다.
보어는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반론을 듣고 학회 발표 하루 전까지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너무나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고 한다. 결국 밤을 새면서 까지 아인슈타인의 주장의 오류를 찾아내 다음날 반론하였다.
보어의 방어는 다음과 같다. 아인슈타인의 주장대로 광자 하나가 상자에서 빠져나가면 상자 전체의 무게는 가벼워져서 그만큼 위로 올라갈 것이다. 이때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장이 강한 곳에서 시간 지연의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나고, 위로 올라갔을 때보다 그 전의 상태가 더 중력장이 강한 상태에 놓여 있으므로 중력 시간 지연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광자가 빠져나가기 전후 시간의 불확정량은 $\Delta t \neq 0$이고, 보어는 일반상대성이론의 공식을 이용해서 정확히 $\Delta E \Delta t > h$임을 유도해 냈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은 오류이다. 이로써 두 번에 걸친 아인슈타인의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공격은 그의 패배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