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블랙홀
오늘날 블랙홀은 물리학을 잘 모르는 이들도 많은 대중매체에서 그 이름을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만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천체이다. 그만큼 물리학계에서도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또 최근 2022년 5월에는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 궁수자리 A*의 모습을 화상 촬영하는 데 성공하기도 하였다. 유감스럽게도, 필자가 블랙홀에 관한 많은 지식이 없는 관계로 이 포스트에서는 개략적인 소개만 하는 것에 그치도록 하겠다.
'블랙홀'(Black Hole)은 항성이 진화의 최종 단계에서 폭발 후 수축되어 생성된 것으로, 강력한 중력장에 의해 빛을 포함한 그 어떤 물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 영역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는 매우 밀도가 높은 물체가 시공간을 심하게 왜곡시켜 블랙홀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블랙홀의 존재는 1783년 존 미쉘(John Michell)이 처음 제안하였다. 그는 밀도가 태양과 같고 반지름이 태양의 500분의 1인 어떤 구형체가 있다면, 무한대에서 이 천체로 낙하하는 물체는 천체의 표면에서 광속보다 빠르게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천체의 중력으로 인해 천체에서 방출된 빛은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므로, 이 천체는 일종의 '검은 별'(Dark Star)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쉘의 주장은 뉴턴의 이론에 입각한 것으로, 맥스웰에 의해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한동안 사장되었었다. 이후 아인슈타인에 의해 빛의 본성과 중력 이론에 재해석됨으로써 이 '검은 별'에 대한 논의는 다시 시작되었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1
1916년 슈바르츠실트는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d \tau_{\infty}$가 무한대로 발산해버리는 값, 즉 $r = R_s$에서 공간 계량 $g_{11}$이 무한대로 발산, 시간 계량 $g_{44}$가 0으로 수렴하는 특이점을 발견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슈바르츠실트는 중력장 방정식을 풀 때 대전이 되지 않은 구대칭 질량체를 가정했다. 때문에 이러한 슈바르츠실트 계량 $R_s$를 반지름으로 가지는 블랙홀은 전하량과 각운동량의 크기가 0이며, 이러한 블랙홀을 '슈바르츠실트 블랙홀'(Schwarzchild Black hole)이라고 부른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천체의 밀도가 매우 커지게 되면 그 천체는 블랙홀이 될 수 있으며, 이 천체의 질량이 $R_s$ 안에 채워져 있을 때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이 될 수 있다.
Figure 1에서 볼 수 있듯이, 블랙홀로부터 탈출이 불가능해지는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한다. 즉 이 경계를 넘어가게 되면 그 어떤 것도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지 않는 블랙홀의 영역에서는 단지 중력이 아주 강한 영역에 불과하며, 이 지평선을 경계로 하여 관측자가 알 수 있는 사건(Event)이 나뉘게 된다.
예컨대 빛이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갈 경우 지평선 안쪽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이후 빛의 거동을 알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블랙홀은 빛을 반사할 수 없기 때문에 이상적인 흑체(Black Body)처럼 행동하게 되며, 열의 형태로 방출되는 복사파인 '호킹 복사'(Hoking Radiation)를 방출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사건의 지평선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력 시간 팽창에 의하면 중력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관측자는 중력장에서의 시간이 더 천천히 간다고 인식한다. 이 때문에 블랙홀로 점점 빨려 들어가는 물체는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강한 중력장의 영향을 받으며, 때문에 사건의 지평선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간격은 무한대로 발산하게 된다. 즉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에 닿는 과정을 외부 관찰자는 관측할 수 없다. 또한 외부 관찰자는 중력 적색 편이의 효과 또한 받기에, 빛의 파장이 점점 길어져서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물체는 아주 어두워져서 관측이 불가능해진다. 즉 사건의 지평선을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건의 지평선 안쪽부터는 마치 시간이 정지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외부 관측자는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알 수 없다.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 예컨대 슈바르츠실트 블랙홀과 같은 경우 무한대의 질량 밀도를 가지는 하나의 특이점을 가진다. 즉 블랙홀의 모든 질량은 이 특이점에 집중되어 있으며,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는 모든 물체는 이 특이점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특이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물체는 조석력에 의해 길쭉하게 늘어져서 결국 무한한 밀도에 의해 짓뭉개지는 '국수 효과'(Noodle Effect)를 겪게 된다.
이렇게,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생명체에게 있어서는 파멸과도 같은 천체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천체가 있다면 이 모든 것을 다시 방출시키는 천체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이를 '화이트홀'(While Hole)이라고 하고,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이어주는 통로를 '웜홀'(Warm Hole)이라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공상과학소설에나 등장하는 소재인 것 같고, 실제로 관측에 성공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렇게 지금까지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틀어, 현대 물리를 지탱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 중 하나인 상대성 이론의 대략적인 내용들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또 하나의 수레바퀴인 양자역학을 살펴볼 차례이며, 초기 양자론부터 시작해서 양자역학의 학문적 발전 과정을 살펴보자.
- '블랙홀'이라는 이름은 1964년 신문기자인 어윙이 'Black Holes in Space'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냄으로써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