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슈뢰딩거의 고양이
아인슈타인이 코펜하겐 해석에 대하여 반론을 펼쳤던 것처럼, 슈뢰딩거 또한 자신이 만들어낸 파동함수가 확률론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았다. 이에 슈뢰딩거는 1935년 이러한 코펜하겐 해석에 반발하여 '슈뢰딩거 고양이'(Schrodinger's cat)라는 사고실험을 제안했다.
실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자 안에는 시간 당 50%의 확률로 붕괴하는 라듐핵과 핵이 붕괴하여 방출하는 $\alpha$입자를 검출하는 가이어 계수기, 그리고 망치와 독약을 넣은 유리병, 고양이가 있다. 만일 가이어 계수기가 $\alpha$입자를 검출하면 망치가 유리병을 깨서 고양이가 죽게 된다. 이때 1시간이 지난 뒤 고양이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고전적인 물리, 즉 비양자론적인 입장의 물리학자는 확인 여부와 관계없이 1시간 후에 고양이는 살았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로 발견되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양자물리학자는 결과가 관측에 영향 받으므로 우리는 고양이의 상태를 정확히 기술할 수 없고, 단지 확률만을 논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즉 실제로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고양이의 상태에 대한 어떤 질문도 의미가 없고, 단지 확률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관측하지 않았을 때 핵은 붕괴와 붕괴하지 않은 상태가 중첩되어 있으며, 고양이 또한 살아있는 상태와 죽음의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 반면 관측했을 때 중첩상태는 사라지고 붕괴한 핵과 죽은 고양이, 혹은 붕괴하지 않은 핵과 살아있는 고양이 중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 고양이도 파동함수로 기술되는 한, 가능한 모든 상태가 중첩되어 있는 상태로 존재하지만 관측하는 순간 파동함수가 붕괴되어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로 이 실험을 재현할 수는 없는데, 현실의 모든 고양이는 이미 생사가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래 슈뢰딩거의 목적은 코펜하겐 해석을 반박하기 위함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오늘날 양자역학을 대표하는 사고실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외에도 끝까지 코펜하겐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제자인 포돌스키와 로젠과 함께 'EPR 역설'(EPR paradox)를 제창하기도 하였으나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