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양자 도약
1923년에 들어서면서 보어-조머펠트 원자 모형이 가지고 있던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들이 대두되었다. 우선 보어 원자 모형과 마찬가지로 다전자 원자에 대해서는 설명이 잘 맞지 않는 것과, 왜 각운동량이 양자화되어 시간에 따라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 정상궤도를 만드는 지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전자가 불연속적인 에너지 준위를 이동할 때, 즉 전이하는 과정에서 전자는 어디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인 '양자 도약'(Quantum jump)를 설명할 수 없었다. 전자는 불연속적인 에너지 준위를 가지고, 이곳이 아닌 다른 에너지 준위에 머무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에너지 준위 $E_i$에서 $E_f$로 이동할 때, 그 사이에는 도대체 어디 있었냐는 것이다. 두 준위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중간 장소' 따위는 없다. 이러한 양자 도약은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파울리 같은 물리학자들조차 비판하였다.
45) 드브로이 물질파
이렇게 기존의 원자 모형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던 와중에, 1924년 드브로이(L. de Broglie)는 '물질파'라는 개념을 제시하게 된다. 보어가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이론을 바탕으로 전자도 양자화 되어 있다는 주장을 펼쳤듯이, 빛이 파동이면서 입자인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면 전자 또한 그러지 않을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즉 드브로이는 전자 또한 파동이면서 입자인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고, 그 결과가 바로 물질파이다.
상대론적 운동량과 에너지의 관계에서 살펴보았듯이, 입자의 에너지는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E = \sqrt{m^2_0c^4 + p^2c^2}$$ 이때 광자와 같이 정지질량이 $m_0 = 0$인 경우 정지 에너지 $E_0 = 0$이고, 따라서 $p = \frac{E}{c}$의 관계가 성립한다. 이때 광양자 이론에 의해 $E = h\nu$이고, 이를 대입해서 정리하면
$$p = \frac{E}{c} = \frac{h\nu}{c} = \frac{h}{\lambda} \Longleftrightarrow \lambda = \frac{h}{p}$$이다. 따라서 광양자의 파장은 $\lambda = \frac{h}{p}$로 주어진다. 즉 물리적으로 이 식은 정지 질량이 0인 입자, 즉 광자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식이지만 드브로이는 이를 일반적인 입자로 확장되어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정지질량 $m_0$와 속도 $v$를 가지는 입자에 대하여 상대론적 운동량을 사용해
$$\lambda = \frac{h}{p} = \frac{h}{\gamma m_0 v} = \frac{h}{mv}$$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때 $\gamma$는 로렌츠 인자이다. 이를 '물질파 가설'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움직이는 입자는 동시에 파동이며, 그 파장은 위와 같이 주어진다는 것이 드브로이의 주장이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드브로이는 이러한 내용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했으나, 지도교수인 랑저뱅(P. Langevin)은 선뜻 통과시키지 못하고 고민에 빠진다. 정지 질량이 0인 광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식이 일반적인 입자에서도 성립한다는 드브로이의 주장에 전혀 논리적인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랑저뱅은 아인슈타인에게 편지를 보내 자문을 구했고, 아인슈타인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젊은 과학자가 물리학의 어두운 베일의 한 자락을 걷어내었다"라며 답장을 보냈다. 친구인 보른에게는 "정신 나간 소리 같겠지만, 절대적으로 견고한 이론이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드브로이의 논문은 통과되었다. 1
드브로이는 물질파 가설을 주장할 때 직접적인 실험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으나, 이후 1927년 데이비슨-거머 실험과 톰슨의 실험에서 물질파의 존재가 증명되었다. 이러한 물질파 이론은 물리 세계는 이분법적으로 입자의 세계와 파동의 세계로 구분되지 않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즉 입자와 파동은 구분되어 있지 않고 하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