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물질파의 거동
앞서 보어의 원자 모형은 전자가 핵 주위에서 특정 궤도만을 돌 수 있고, 각운동량이 양자화되어 있어서 전자는 정상 궤도를 유지한다는 가정을 해야만 했다. 때문에 왜 하필 전자가 이러한 거동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설명할 수 없었고, 이는 양자도약과 더불어 당시의 원자모형의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1924년, 드브로이는 물질파 이론으로부터 보어의 원자 모형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드브로이의 생각은 이러하다. 자신의 물질파 이론에 의하면 전자 또한 파동의 성질을 가지는 물질파이고, 전자가 양자화된 각운동량을 가지고 특정 궤도를 유지하면서 운동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전자가 '정상파'이어야 한다. 정상파는 단지 위아래로만 움직이고, 앞뒤로 진행하지 않는다. 즉 에너지나 운동량을 다른 곳으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핵 주위에서 특정 궤도를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전자가 핵 주위에서 정상파로 존재한다면, Figure 1과 같이 정상파의 파장이 원궤도의 둘레의 길이와 같아야 한다. 따라서
$$2\pi r_n = n\lambda = n\frac{h}{p} \\ \Longrightarrow L_n = r_np = n\frac{h}{2\pi}$$이고, 이는 보어 원자 모형에서 가정했던 각운동량 조건과 동일하다. 따라서 정상파 조건으로부터 각운동량 조건을 자연스레 도출해낼 수 있으며, 각운동량의 양자화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이로써 원자모형의 문제점 중 하나였던 각운동량의 양자화를 설명해 낼 수 있게 되었다.
48) 물질파와 파다발
드브로이는 물질파는 수없이 많은 파동이 중첩하여 만들어진 '파다발'(Wave packet)로 나타내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파다발은 2개 이상의 파동이 중첩하여서 각각의 구성파와 같이 공간적으로 펼쳐져 있는(사인파나 코사인파와 같이) 모습이 아닌 공간적으로 국소화(Lcolaization)된 파형을 가지는 파동이다.
이때 Figure 3와 같이 점선으로 나타낸 파다발의 윤곽선을 '포락선'(Envelope)이라고 한다. 이러한 포락선이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속도를 '군속도'(Group velocity)라고 하고, 이와는 반대로 단일 평면파가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속도, 즉 하나의 파장을 가지는 파동의 위상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지 나타내는 값을 '위상속도'(Phase velocity)라고 한다. 불확정성 원리에서 증명하겠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파동 중 단일 파장을 가지는 파동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위상속도는 다분히 추상적이고 수학적인 대상이다.
고전적인 파동방정식
$$\frac{\partial^2 y}{\partial x^2} = \frac{1}{v^2} \frac{\partial^2 y}{\partial t^2}$$의 해는
$$y(x, t) = Acos(kx - wt)$$로 주어진다. 이때 $A$는 임의의 상수이며 $k$는 파수, $w$는 각진동수이다. 위상속도 $v_p$는 그 정의상 단위시간 당 파동이 이동하는 동일 위상점 사이의 거리이다.
위상은 $(kx- wt)$로 주어지고, 위상이 같은 두 점 사이의 거리가 상수가 되므로 $kx - wt = C$이다. 이 식을 $t$에 대해 미분하면
$$k \frac{dx}{dt} - w = 0 \\ \Longrightarrow v_p = \frac{dx}{dt} = \frac{w}{k}$$이다.
반면 군속도는 포락선이 움직이는 속도이므로, 우선 파다발을 수학적으로 나타내야 한다. 파다발은 여러 개의 평면파를 중첩시켜서 얻어지며,
$$y(x, t) = \sum_{i=1}^{n} A_i cos(k_ix - w_it)$$로 표현된다. 이때 진폭 $A$는 동일하고 파수가 $\Delta k$, 각진동수가 $\Delta w$만큼 차이나는 두 개의 구성파 $y_1, y_2$가 있다. 즉,
$$y_1 = A\text{cos}(kx - wt) \\ y_2 = A\text{cos}((k + \Delta k)x - (w + \Delta w)t)$$이다. 두 파동을 더하고 삼각함수 항등식을 이용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y := y_1 + y_2 = 2A\text{cos}(wt - kx)\text{cos}(\frac{\Delta k}{2}x - \frac{\Delta w}{2}t).$$ 이때 마찬가지로 $\frac{\Delta k}{2}x - \frac{\Delta w}{2}t = C$로 두고 미분해서 정리하면, 군속도 $v_g$는
$$v_g = \frac{\Delta w}{\Delta k}$$이다. 이때 구성파가 무한히 많아서 $w$와 $k$가 연속적인 수많은 값들을 가진다면 $v_g = \frac{dw}{dk}$로 나타낼 수 있다. 이때 $w$는 $k$의 의존하는 관계를 가지고, 이를 '분산 관계'(Dispersion relation)이라고 한다.
드브로이는 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의 지식을 이용하여 물질파가 위상속도와 군속도 중 어느 속도를 가지는지 알아 보았다. 우선 $E = h\nu = h\frac{w}{2\pi} = \hbar w$이고, $p = \frac{h}{\lambda} = \frac{2\pi h}{2\pi \lambda} = \hbar k$임을 상기하라. 따라서
$$v_p = \frac{w}{k} = \frac{\hbar w}{\hbar k} = \frac{E}{p} = \frac{\gamma m_0 c^2}{\gamma m_0 v} = \frac{c^2}{v} > c$$이다. 즉 위상속도의 경우 광속보다 빠르며, 이는 특수상대성이론과 모순되므로 물질파는 위상속도로 움직일 수 없다.
한편 군속도의 경우,
$$v_g = \frac{dw}{dk} = \frac{\hbar dw}{\hbar dk} = \frac{dE}{dp} = \frac{d\sqrt{p^2c^2 + m^2_0 c^4}}{dp} = \frac{pc^2}{\sqrt{p^2c^2 + m^2_0 c^4}} = (\frac{pc}{\sqrt{p^2c^2 + m^2_0c^4}})c < c$$이므로 특수상대성이론과 모순되지 않는다. 또한
$$v_g = \frac{pc^2}{\sqrt{p^2c^2 + m^2_0 c^4}} = \frac{pc^2}{E} = \frac{c^2}{v_p} = \frac{c^2 v}{c^2} = v$$이므로 물질파의 군속도는 입자의 실제 속도와 같다. 따라서 입자는 물질파이므로, 군속도로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즉 입자는 파다발의 형태로 공간 속을 움직인다.